블록체인에 올라타는 16경 원의 월가 자본…DTCC, 10월 토큰 증권망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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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부터 크립토 기업까지…50개사 연합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
미국 자본시장의 중추를 담당하는 예탁결제원(DTCC)이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의 경계를 허무는 거대한 실험에 돌입한다. 당장 올여름 7월부터 토큰화 증권의 시범 운영에 착수하며, 다가오는 10월에는 이를 정식 서비스로 격상해 글로벌 시장에 내놓는다는 구상이다.
이 새로운 시스템은 DTCC의 자회사격인 증권예탁결제원(DTC) 네트워크를 토대로 작동한다. 기업 고객이 미리 맡겨놓은 기존 실물 자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디지털 토큰을 찍어내는 방식이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더라도 소유권 증명이나 투자자 권리 보호 같은 핵심 법적 안전장치는 과거의 기성 증권 시스템과 한 치의 오차 없이 동일하게 보장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50곳이 넘는 다국적 참여사들의 면면이다. 제이피모건(JPMorgan)과 골드만삭스, 블랙록 등 전통 금융의 포식자들은 물론이고, 앵커리지나 써클 같은 크립토 신흥 강자들까지 총출동해 시스템의 밑그림을 함께 그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를 기성 금융권의 뼈대에 블록체인 결제 및 정산 기술이 융합되는 가장 확실한 이정표로 평가한다. 하루에도 수조 달러의 자금이 오가며, 보관된 증권 가치만 114조 달러(한화 약 16경 8514조 원)에 이르는 초거대 기관이 직접 메인 플레이어로 나섰기 때문이다. 자산의 디지털화가 정착되면 거래 지연과 수수료 낭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시장을 향한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 역시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는 폭발하는 실물자산(RWA) 수요와 직결되어 있다. 데이터 분석업체 RWA.xyz의 집계에 따르면, 작년(2025년) 5월 기준 3억 7540만 달러 수준에 머물렀던 토큰화 주식 파이는 올해 5월 12억 1000만 달러 규모로 껑충 뛰어오르며 압도적인 성장세를 증명했다.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자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전통 자산과 가상화폐를 한 바구니에서 매매하는 이른바 '모든 것의 거래소(Everything Exchange)' 시대가 도래하면서 합종연횡이 한창이다. 나스닥이 가상자산 거래소 크라켄 측과 연계해 글로벌 주식 발행 프레임워크를 짜고 있다면,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거느린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는 OKX와 손잡고 관련 사업의 영토 확장에 나섰다.
사실 DTCC는 치밀한 사전 작업을 거쳐왔다. 지난해 말 기관 전용 블록체인인 '캔톤 네트워크(Canton Network)'에 이름을 올리며 기술력을 다듬었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는 노액션 레터(비조치의견서)를 받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통해 미국 국채를 비롯해 ETF, 러셀1000 지수 편입 종목 등에 대한 합법적인 디지털 발행 근거를 이미 마련해 둔 상태다.
프랭크 라살라 DTCC 최고경영자(CEO)는 "머릿속에만 있던 토큰화의 청사진이 마침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고 선언했다. 브라이언 스틸 클리어링·증권서비스 부문 대표 역시 "기존 시장의 넘치는 유동성을 바탕으로 시스템의 무한한 확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골격"이라며 강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