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게토는 끝났다”…글로벌 은행권, 토큰화 예금 전면전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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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주도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한동안 스테이블코인과 핀테크 기업이 빠르게 영역을 넓혀 왔다면, 이제는 글로벌 은행들이 예금 자체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옮기는 토큰화 예금(tokenized deposits) 으로 정면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니라, 전통 은행권이 지급결제와 예금 기반을 지키기 위해 본격적인 방어선 구축에 들어간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에 맞서는 은행권의 해법은 ‘토큰화 예금’
토큰화 예금은 이름 그대로 은행 예금을 디지털 토큰 형태로 표현해 분산원장기술(DLT) 환경에서 이동·결제·정산할 수 있게 만든 구조다. 핵심 차이는 발행 주체에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주로 비은행 민간 발행사에 의해 운영되는 반면, 토큰화 예금은 기존 은행 예금의 법적·규제적 틀 안에서 움직이는 형태를 지향한다. 영국은행도 혁신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예금 모두 새로운 형태의 민간 화폐가 될 수 있지만, 신뢰와 안전성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대형 은행들, 파일럿 넘어 실전 준비 단계
최근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은 영국에서 포착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HSBC, 나트웨스트, 로이즈를 포함한 영국 주요 은행들은 2026년 토큰화 예금 파일럿을 추진하고 있으며, 영국은행이 시스템적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준비하는 상황에서도 이 방향을 유지하고 있다. FT도 UK Finance가 조율하는 업계 공동 프로젝트에 6개 대형 은행이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은행권이 스테이블코인을 단순 관망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 예금 자체를 프로그래머블 머니로 바꾸는 방식으로 경쟁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은행들이 토큰화 예금에 집착하는 이유
은행권이 토큰화 예금에 속도를 내는 배경은 분명하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와 자금 이동 수단으로 더 커질수록, 은행 예금은 지급결제 생태계 중심에서 밀려날 수 있다. 특히 대규모 스테이블코인이 상업은행 예금을 빨아들이는 구조가 되면, 전통 은행의 자금조달과 대출 기반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영국은행 총재 앤드루 베일리는 이런 이유로 스테이블코인 확장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고, 은행권은 오히려 “그렇다면 예금 자체를 토큰화하자”는 해법으로 움직이고 있다.
유럽도 ‘토큰화 금융 인프라’ 구축에 속도
유럽 쪽에서도 흐름은 비슷하다. ECB는 최근 유럽의 토큰화 금융시장을 위한 인프라 정비를 강조하며, DLT 기반 자산이 결제와 담보 시스템 안에서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Appia 구상을 통해 중앙은행 화폐, 토큰화 예금, 유로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채권이 함께 작동하는 공공·민간 협력 구조를 언급했다. 이는 은행권이 단순히 민간 코인을 막는 수준이 아니라, 디지털 자산 시대의 새로운 지급결제 레일을 직접 깔려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토큰화 예금이 스테이블코인보다 유리한 점
은행들이 강조하는 강점은 규제 적합성이다. 토큰화 예금은 기존 은행 예금과 연결돼 있어 AML, 자본 규제, 건전성 감독, 예금자 보호 같은 제도 틀과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구조와 준비자산 투명성, 환매 안정성, 지급결제 리스크를 따로 점검해야 한다. 그래서 제도권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외부 변수로 두기보다, 토큰화 예금을 통해 “규제 안의 디지털 머니”를 직접 제공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결국 경쟁은 ‘누가 디지털 돈을 운영하느냐’로 이동
정리하면 지금 벌어지는 변화는 단순히 자산을 토큰화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의 경쟁은 디지털화된 돈과 예금을 누가 발행하고, 누가 인프라를 통제하며, 누가 고객 접점을 가져가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먼저 시장을 넓혔다면, 이제 글로벌 은행권은 토큰화 예금으로 그 흐름을 제도권 안으로 다시 끌어오려 하고 있다. 2026년은 이 경쟁이 본격적으로 현실화되는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