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540원대 돌파…강달러·지정학 리스크에 국내 금융시장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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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540원대 돌파, 강달러와 외국인 매도에 금융시장 불안 확대
원·달러 환율이 1540원 선을 넘어 금융시장 전반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달러 강세와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 미국 고용지표 경계감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원화 약세가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국내 증시 역시 외국인 매도세가 확대되며 주요 지수가 큰 폭으로 밀렸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장중 1547원대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시장에서는 환율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소폭 낮은 수준에서 출발했지만, 장 초반부터 상승 압력이 강해졌다. 미국 노동시장 관련 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타나면서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졌고, 이에 따라 달러 선호 심리가 강화됐다. 여기에 중동 지역 긴장이 이어지며 안전자산 수요가 확대된 점도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국내 주식시장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고, 코스닥지수는 장중 1000선 아래로 내려가며 투자심리 위축을 드러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도세가 지수 하락을 키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반도체 업종에 대한 불안도 시장 부담을 키웠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 관련주가 크게 흔들리면서 이른바 ‘브로드컴 쇼크’가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비중이 큰 만큼, 글로벌 기술주 조정은 외국인 수급과 투자심리에 직접적인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원화 약세가 단순히 달러 강세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주요 통화와 비교해도 원화의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이후 원화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한국 금융시장이 외부 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증권은 원화가 최근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큰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원화의 실질실효환율 역시 장기 평균보다 낮은 수준까지 내려가면서, 현재 환율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게 오른 구간에 들어섰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다만 환율이 단기간에 안정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선 중동 지역 긴장이 완화되고 원유 수송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줄어들어야 한다. 동시에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진정되고,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매력이 회복돼야 원화 약세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
앞으로 시장의 관심은 미국 5월 비농업 고용보고서에 쏠릴 전망이다. 고용지표가 다시 한 번 강하게 확인될 경우 금리 인하 기대는 더 낮아질 수 있고, 이는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를 추가로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고용 둔화 신호가 나타난다면 환율 상승세가 일부 진정될 여지도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당분간 환율과 외국인 수급, 미국 금리 전망이 국내 증시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40원대에 올라선 만큼, 수입 물가와 기업 비용, 투자심리 전반에 미칠 파장도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