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랜치 전면 등판에 커지는 시선…미 법무부, 가상자산 규제의 칼끝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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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더리움 보유 논란까지…블랜치 임명에 쏠리는 시장 시선
미국 법무부 수장 공백을 메우기 위해 토드 블랜치가 전면에 나서면서 시장의 관심은 단순한 인사 소식보다 그 이후에 쏠리고 있다. 쟁점은 분명하다. 앞으로 워싱턴의 디지털자산 집행 기조가 더 느슨해질지, 아니면 규제의 방식만 달라질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팸 본디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후임이 확정되기 전까지 토드 블랜치가 법무장관 직무를 맡도록 했다. 블랜치는 이미 법무부 부장관으로 재직해 왔고, 과거에는 트럼프의 형사 사건 변호인으로도 활동했던 인물이다. 이번 발탁은 법무부 내부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조치이면서도, 동시에 정책 기조 변화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신호로 읽힌다.
디지털자산 업계가 특히 주목하는 이유는 블랜치가 이미 관련 분야에서 뚜렷한 메시지를 내왔기 때문이다. 그는 2025년 4월 법무부의 국가 가상자산 단속팀(NCET)을 해체하고, 검찰이 더 이상 디지털자산 시장의 사실상 규제기관처럼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방향 전환을 지시했다. 당시 지침은 테러 자금, 마약 거래, 조직범죄, 해킹, 투자자 대상 범죄처럼 명확한 범죄행위에 수사 역량을 집중하라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반대로 등록 의무 위반이나 제도 미비를 형사처벌 중심으로 밀어붙이는 접근은 뒤로 물리겠다는 뜻이 담겼다.
이 변화는 선언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토네이도 캐시 공동창업자 로만 스톰 사건에서도 법무부는 일부 등록 관련 혐의를 철회하며 새 기조를 실제 사건에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재판은 계속 진행됐지만, 적어도 “가상자산 규제 위반 자체”를 형사적으로 확대 해석하던 흐름에는 제동이 걸렸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때문에 블랜치의 직무대행 임명은 업계에 두 가지 상반된 시그널을 동시에 던진다. 한쪽에서는 이를 환영한다. 법무부가 산업 규율까지 떠맡는 방식에서 물러서고, 사기·자금세탁·테러 연계 등 보다 분명한 범죄행위에 집중하는 것이 법 집행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길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기술 개발자나 인프라 사업자까지 광범위하게 형사 리스크에 노출시키는 방식은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논리도 힘을 얻고 있다.
반대편의 시선은 훨씬 더 경계적이다. 디지털자산 시장은 아직 제도 정비가 완결되지 않은 영역이 많은데, 이 시점에 법무부의 압박까지 느슨해지면 감독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시장 참여자 보호 장치가 충분히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의 개입 의지까지 약해지면, 사후 대응도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블랜치 체제의 핵심은 “불필요한 과잉 집행 축소”로 볼지, “감시 약화”로 볼지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이해충돌 논란까지 겹친다. 코인데스크가 인용한 블랜치의 2025년 7월 10일자 정부 윤리 공시에 따르면, 그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솔라나 등 디지털자산 및 코인베이스 관련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고, 일부는 가족에게 이전했다. 다만 공시상 남아 있던 보유 규모는 약 15만9000달러에서 48만5000달러 수준으로 제시됐다. 정책과 집행을 다루는 자리에 오르는 인사가 관련 자산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업계 친화적 판단이 나올 경우 논란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시장이 보는 포인트는 개인 이력보다 앞으로의 선택이다. 블랜치가 직무대행 체제에서 법무부를 어디까지 재설계할지, 그리고 디지털자산 사건을 어떤 기준으로 가르고 어떤 사건에 칼을 겨눌지가 향후 미국 규제 환경의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어서다. 제도 위반을 폭넓게 형사화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방향은 이미 드러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법무부가 시장에 대한 개입 자체를 접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다. 오히려 사기, 범죄수익 은닉, 조직범죄 연계처럼 명확한 불법성에 대해서는 더 선별적이고 강한 집행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블랜치의 등장으로 미국 디지털자산 정책은 다시 갈림길에 섰다. 규제를 풀겠다는 선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행위를 산업 성장의 영역으로 보고 어떤 행위를 즉시 제재 대상으로 규정할 것인가 하는 기준이다. 법무부 수장의 자리가 바뀐 지금, 시장은 인사 자체보다 그 기준선이 어디에 그어질지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