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제재, 법원 판단의 초점은 ‘위법성’보다 ‘즉시 손해’…집행정지 결론 이달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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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영업정지 6개월 집행정지 심문, 법원 판단 초읽기
빗썸이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받은 영업 일부정지 6개월 조치의 효력을 당장 멈출 수 있을지에 대해 법원이 이달 안에 결론을 낼 전망이다. 이번 판단은 제재의 최종 적법성을 가리는 본안 판결과는 별개로, 제재가 시행되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실제로 발생하는지, 그리고 제재를 그대로 유지하는 공익이 더 큰지를 먼저 따지는 절차라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2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빗썸이 FIU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첫 심문을 진행했다. 이날 쟁점은 단순했다. 빗썸은 “지금 제재가 실행되면 사업 운영에 즉각적인 타격이 생긴다”고 주장했고, FIU는 “제재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회복 불가능한 손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맞섰다.
빗썸이 문제 삼는 지점은 신규 이용자 유입 차단 효과다. 일부 영업정지가 시작되면 신규 고객의 디지털자산 입출금이 막히게 되고, 이는 단순한 일시 불편이 아니라 거래소의 정상적인 영업 기반을 흔드는 조치라는 것이다. 회사 측은 신규 수요가 막히면 이용자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고, 거래량과 시장 점유율 하락뿐 아니라 협력 관계 축소, 브랜드 신뢰 저하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빗썸은 본안 소송의 시간 문제도 강조했다. 행정처분 취소를 다투는 본안 재판은 장기간 진행될 가능성이 큰데, 그 사이 6개월 제재가 먼저 끝나버리면 나중에 승소하더라도 실질적인 회복이 쉽지 않다는 논리다. 법률상 다툼의 여지가 있는 처분이라면, 본안 판결 전까지 효력을 멈춰둘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 연결된다.
반대로 FIU는 이번 조치가 빗썸 전체 영업을 중단시키는 성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일부 거래에 한정된 제재인 만큼 회사가 말하는 수준의 치명적 피해를 곧바로 인정하긴 어렵고, 따라서 집행정지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더해 당국은 가상자산 시장 특성상 자금세탁방지 체계의 엄격한 유지 자체가 공익이라고 보고, 제재를 유보할 이유가 크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은 이날 법정에서 위반 판단의 명확성을 두고도 시각차를 드러냈다. 빗썸은 미신고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와 관련한 규제 해석이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있으며, 이용자의 지갑 이전까지 영업 목적 거래로 단정할 수 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FIU는 미신고 사업자와의 거래 제한 의무는 법 규정상 이미 명확하고, 규제 공백을 이유로 책임을 줄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양측 모두에게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빗썸에는 실제 손해를 보다 구체적으로 뒷받침할 자료, 예컨대 수수료 수익 감소 폭이나 이용자 이탈 규모 등을 보강하라고 했고, FIU에는 빗썸이 사후적으로 차단 시스템을 강화한 뒤에도 여전히 어떤 자금세탁 위험이 남아 있는지 설명해 달라고 주문했다. 결국 재판부는 추상적 주장보다 현실적인 피해와 규제 필요성의 무게를 숫자와 사정으로 비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지난달 확정된 FIU의 중징계가 있다. 당국은 제재심의위원회를 거쳐 빗썸에 영업 일부정지 6개월과 함께 과태료 368억원을 부과했다. 지난해 현장검사 과정에서는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사례가 대규모로 확인됐고, 미신고 해외 가상자산사업자 18곳과 관련된 거래를 포함해 거래금지 의무 위반이 적발됐다는 게 당국 판단이다. 고객확인(KYC)과 거래 제한 의무 위반 역시 상당수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이번 집행정지 판단을 두고 지난해 두나무 사건을 함께 떠올리고 있다. 당시 법원은 두나무가 제기한 영업 일부정지 처분 취소소송 1심에서, 관련 규제가 충분히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사업자가 나름의 내부 통제 장치를 마련해 운영했다면, 사후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드러났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중징계를 정당화하긴 어렵다는 취지였다.
이 선례가 이번 사건에 그대로 적용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공통적으로 규제 기준의 명확성, 사업자의 인식 가능성, 내부 통제 노력의 정도가 핵심 비교 요소가 될 가능성은 높다. 결국 법원이 이번에 먼저 판단할 부분은 “빗썸 제재가 최종적으로 위법한가”보다는 “본안 판결 전까지 일단 멈춰 세워야 할 만큼 급박한 손해가 예상되는가”에 더 가깝다.
법원은 오는 29일까지 양측의 추가 서면을 받은 뒤 이달 안에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단순히 빗썸 한 곳의 제재 효력 문제를 넘어,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규제 집행에서 법원이 어떤 균형점을 택할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제재의 엄정함과 사업자의 방어권, 그리고 시장 안정 사이에서 어떤 판단이 나올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