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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한국 상륙전, 승부처는 기술이 아니라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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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04.12 15:11
1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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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결제·송금 인프라로 안착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규제 장벽이 많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한국 시장을 향한 움직임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유통 확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내 결제·송금 인프라의 주도권을 둘러싼 선점 경쟁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지주, 가상자산 거래소, 핀테크 기업이 동시에 접점을 넓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시장의 기대와 별개로, 현실의 첫 번째 관문은 기술이 아니라 법제도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대표 기업들은 최근 국내 주요 금융회사와 거래소, 전자결제 및 핀테크 기업들을 잇달아 만나며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논의의 중심은 단순 상장이나 거래 지원을 넘어선다. 기업 간 결제, 해외 송금, 카드 정산, 디지털 지갑 연계 등 실사용 영역에서 어떤 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투자 자산이 아닌 지급 인프라의 한 축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특히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 자체보다, 이를 기반으로 한 한국형 응용 모델이다. 일부에서는 해외 발행사가 자사 인프라를 바탕으로 향후 원화 연동형 스테이블코인 사업까지 염두에 두고 포석을 깔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이미 해외에서는 달러 외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사례가 존재하는 만큼, 한국에서도 제도 여건만 마련되면 유사한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금융권의 최근 행보와도 맞물린다. 주요 금융그룹들은 카드 결제, 정산, 국제 송금, 디지털자산 연계 서비스 등 여러 분야에서 스테이블코인 또는 예금 토큰 활용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핵심은 기존 금융 시스템을 완전히 갈아엎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결제망 위에 블록체인 기반 자산을 접목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새로운 화폐”를 만드는 실험이라기보다, “기존 결제 구조를 더 빠르고 유연하게 바꾸는 실험”에 가깝다.

카드 업계의 접근은 특히 상징적이다. 지금까지 스테이블코인은 주로 거래소나 디지털자산 생태계 내부에서 논의돼 왔지만, 카드사들이 여기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범용 결제수단으로서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충전, 승인, 결제, 정산까지의 전 과정을 기존 시스템과 이어 붙일 수 있다면, 사용자는 복잡한 블록체인 절차를 의식하지 않고도 결과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핀테크 업계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온·오프라인 결제, 선불 충전, 간편송금, 정산 자동화 등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여지를 탐색하는 모습이다. 일부 기업은 이미 기술 검증을 진행했거나 관련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이 기대하는 것은 비용 절감과 속도 개선이다. 기존 국제 송금망보다 저렴하고, 주말이나 야간의 제약 없이 24시간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은 분명한 매력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시장의 관심이 커질수록, 제도 공백도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지금 한국 법체계 안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실제 결제나 송금 수단으로 넓게 활용하려면 적지 않은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외국환거래법이다. 국경 간 지급과 송금이 얽히는 순간, 스테이블코인이 법적으로 어떤 성격의 수단인지부터 정리돼야 한다. 현행 체계 안에서는 이를 명확하게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전자금융거래법도 중요한 변수다. 국내 결제제도는 선불전자지급수단, 전자지급결제대행, 간편결제 같은 구조를 중심으로 짜여 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전자지급수단과 닮은 점이 있으면서도 완전히 같지는 않다. 준비자산 구조, 발행 주체, 상환 방식, 유통 경로, 해외 이전 가능성 등에서 새로운 법적 정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단순히 기존 제도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스테이블코인은 특정 법 하나로 정리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외환 규제, 전자금융 규제, 자금세탁방지, 이용자 보호, 과세, 개인정보, 지급결제 시스템 규율, 경우에 따라서는 자본시장 규제까지 동시에 연결된다. 예를 들어 준비자산 운용 방식이나 이자·수익 배분 구조가 어떻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적용 법률이 달라질 수 있다. 결국 핵심은 개별 조항 수정이 아니라, 규제 간 정합성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디지털자산 관련 기본법 체계의 정비 필요성을 반복해서 언급하고 있다. 발행, 유통, 상환, 공시, 준비금 관리, 이용자 보호, 책임 소재를 포괄적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실험은 가능해도 상용화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즉 지금 벌어지는 제휴와 기술 검증은 시장 진입을 위한 사전 작업일 뿐, 본격적인 산업화는 결국 입법 속도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글로벌 결제 시장의 경쟁 구도가 이미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송금 방식보다 비용을 낮추고 처리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송금, 정산, 무역 결제, 디지털 서비스 결제 등 실물 수요를 바탕으로 활용 범위가 계속 넓어지고 있다. 특히 통화 변동성이 크거나 금융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는 단순 투자 수단이 아니라 실제 결제 보조수단으로 쓰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AI 결제 환경과의 접점도 부각되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서비스를 호출하고, 사용량에 따라 자동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가 현실화되면, 소액·실시간 결제가 가능한 디지털 화폐의 필요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사람의 결제뿐 아니라 기계와 소프트웨어의 결제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API 호출 단위의 자동 과금 구조가 보편화될수록 이 흐름은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한국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은 기술 데모나 글로벌 브랜드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진짜 승부처는 국내 제도 안에서 어떤 법적 지위를 확보하느냐, 그리고 금융회사·거래소·핀테크가 이를 어떤 형태의 서비스로 연결하느냐에 있다. 시장은 이미 다음 단계로 움직이고 있지만, 제도는 아직 출발선 정리에 머무른 상태다. 한국판 스테이블코인의 미래 역시 그 간극을 얼마나 빨리 좁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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