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가 주도하는 '토큰화' 물결… 설 자리 잃은 알트코인, 해법은 '실적'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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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자금 싹쓸이하는 RWA(실물자산) 시장… 비트코인 ETF와 엇갈린 알트코인 전망
가상자산 시장의 자금 흐름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월가 대형 금융사들이 실물자산(RWA)과 주식의 토큰화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막대한 자본을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있는 반면, 기존 알트코인 생태계는 극심한 유동성 가뭄에 시달리며 존폐 기로에 섰다. 과거 비트코인이 상승하면 알트코인으로 자금이 순환매되던 이른바 ‘낙수효과’마저 자취를 감추면서, 탄탄한 실적과 펀더멘털을 증명하지 못하는 프로젝트들은 시장에서 퇴출당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1,500만 개 쏟아진 '공장형 코인'… 쪼개진 자본, 동력 잃은 생태계
현재 알트코인 시장의 가장 큰 위협은 '과잉 공급'에 따른 자본의 파편화다. 가상자산 분석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21일 기준 공식 집계된 가상자산 수만 1만 5,989개에 달한다. 하지만 솔라나 기반의 '펌프닷펀(Pump.fun)'처럼 누구나 쉽게 코인을 찍어낼 수 있는 온체인 런치패드 물량까지 합치면 그 수는 수천만 개를 훌쩍 넘어선다. 실제로 2021년 428만 개 수준이던 온체인 신규 발행 토큰은 지난해 무려 1,500만 개 이상으로 폭증했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기존 레이어2나 디파이(DeFi) 모델을 겉포장만 바꾼 채 '베끼기'식으로 출시된다는 점이다. 한정된 시장 자본 속에서 유사한 프로젝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다 보니 유동성은 극도로 분산됐고, 결국 상장 직후 반짝 상승했다가 거래량이 메마르며 방치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은 JP모건의 최근 분석과도 궤를 같이한다. JP모건은 2023년 이후 알트코인 시장이 침체 늪에 빠진 핵심 원인으로 ▲디파이 생태계의 혁신 부재 ▲끊임없는 해킹 사고에 따른 신뢰 하락 ▲극심한 유동성 고갈을 지목했다. 실제로 지난 2월 발생한 미·이란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는 전쟁 이전 자금 수준의 60% 이상을 빠르게 회복한 반면, 알트코인 대장 격인 이더리움(ETH) 현물 ETF의 회복률은 3분의 1 수준에 그치며 처참한 회복 탄력성을 드러냈다.
RWA 인프라 직접 까는 금융 공룡들… 알트코인 '대체 위기'
알트코인이 길을 잃고 헤매는 사이, 자본의 물결은 '토큰화된 전통 자산'으로 급격히 방향을 틀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더블록 데이터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화 주식 일일 거래량은 35억 7,000만 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러한 폭발적 성장세의 이면에는 강력한 규제 완화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3자 간 토큰증권 거래를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혁신 제도 면제안'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기관 자금 유입에 불을 지폈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이 판을 주도하는 주체가 기존 크립토 세력이 아닌 전통 금융기관들이라는 점이다. 블랙록, JP모건, 프랭클린 템플턴 등은 퍼블릭 블록체인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토큰화 상품과 전용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고 나섰다. 여기에 나스닥, 뉴욕증권거래소(NYSE), 예탁결제기관(DTCC) 등 전통 청산·결제 인프라 사업자들까지 가세하면서, 기존 알트코인 프로젝트들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내러티브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실적 장세"
시장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시장이 철저한 '기관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막연한 로드맵이나 화려한 수식어(내러티브)만으로는 더 이상 스마트 머니를 유치할 수 없다는 뜻이다.
타이거리서치의 윤승식 선임연구원은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투자자들의 기준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격해졌다"며, "실제 활성 사용자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의미한 현금흐름(수익)을 창출해 내지 못하는 프로젝트는 가차 없이 외면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결국 전통 기업들처럼 견고한 펀더멘털과 실제 비즈니스 가치를 입증하는 소수의 프로젝트만이 다음 강세장의 주역으로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