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우라늄은 국내 자산”…트럼프는 해협 압박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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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협상·원유 수송로·금융시장까지 흔든 중동 리스크
이란이 자국의 농축우라늄을 해외로 반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분명히 하면서 미국과의 핵협상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해상 통로를 둘러싼 압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외교 현안이 군사·에너지·금융시장 이슈로 동시에 번지는 양상이다.
현지시간 17일 보도에 따르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국영매체를 통해 농축우라늄 이전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는 우라늄 문제를 단순한 협상 카드가 아니라 국가 주권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규정하며, 외부 반출을 수용할 뜻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의 상징성과 전략적 가치를 여전히 강하게 붙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발언이 주목되는 이유는 미국 측 메시지와 정면으로 엇갈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란이 우라늄 이전에 동의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는데, 이란은 이를 사실상 공개 반박한 셈이다. 양측이 같은 협상 테이블을 두고도 전혀 다른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협상이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보다 여론전 성격을 띠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란은 농축 활동 중단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관련 관측을 외부의 압박성 여론전으로 규정하면서, 핵심 프로그램을 협상용으로 쉽게 접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결국 협상의 핵심 축인 우라늄 처리 방식과 농축 지속 여부 모두에서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런 갈등이 핵협상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서도 강경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란이 해협 개방 의사를 언급했더라도, 미국이 압박 수위를 쉽게 낮추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로 평가되는 만큼, 이 지역의 긴장은 곧바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안 심리로 연결될 수 있다.
금융시장은 이미 이런 복합 리스크를 민감하게 반영하는 모습이다. 뉴욕 증시는 지정학적 불안에도 불구하고 상승 흐름을 보였지만,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흔들리며 변동성을 드러냈다. 가상자산 시장 역시 뚜렷한 방향성을 만들기보다 관망 성격이 짙어지는 분위기다. 이는 투자자들이 현재 상황을 단순한 충돌 국면이 아니라, 협상과 압박이 동시에 작동하는 고난도 지정학 변수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시장 일각에서는 양측의 충돌성 발언이 실제 결렬을 뜻한다기보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술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공개 발언은 강경하지만, 비공개 접촉에서는 절충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이런 낙관론이 힘을 얻으려면 최소한 우라늄 이전이나 농축 범위 같은 핵심 의제에서 어느 정도의 접점이 확인돼야 한다.
현재로서는 단기간 내 합의 도출 가능성을 높게 보기 어렵다. 이란은 핵 자산의 외부 이전을 국가적 자존의 문제로 다루고 있고, 미국은 제재와 해상 통제 압박을 통해 양보를 끌어내려는 흐름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쉽게 물러서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된 만큼, 앞으로도 국제유가와 달러 흐름, 변동성 지표는 중동발 뉴스에 따라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번 사안의 본질은 단순한 발언 충돌이 아니다. 우라늄을 둘러싼 주권의 문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전략적 계산, 그리고 이를 실시간으로 해석하는 글로벌 자금의 움직임이 하나의 축으로 얽혀 있다. 협상이 이어지더라도 시장이 쉽게 안도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