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서명'에 멈춰 선 스위스 비트코인 실험… 중앙은행 높은 벽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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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비트코인 국민투표 무산: 중앙은행 준비금 편입 실패 원인
유럽 내 가상자산(암호화폐) 제도화의 상징적 도약으로 기대를 모았던 스위스의 ‘중앙은행 비트코인 의무 보유’ 헌법 개정 시도가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국가 주도의 외환보유액에 디지털 자산을 편입하려던 야심 찬 계획이었으나, 대중의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실패하며 기존 금융 시스템의 견고한 진입장벽을 재확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현지시각)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스위스 국립은행(SNB)의 보유 자산 목록에 비트코인(BTC)을 법적으로 강제하려던 '비트코인 이니셔티브(Bitcoin Initiative)' 캠페인 측이 공식적으로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번 프로젝트 좌초의 직접적인 원인은 투표 발의를 위한 법적 요건 미달이다. 스위스 현행법상 특정 안건을 국민투표에 부치려면 총 10만 명 이상의 시민 서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주최 측이 최종적으로 확보한 지지자는 기준선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캠페인을 주도해 온 이브 베나임(Yves Bennaïm) 창립자는 언론을 통해 "애초부터 험난한 여정이 될 것임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하고 당분간 추진을 멈추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단체가 구상했던 헌법 개정안의 목표는 파격적이었다. SNB가 기존에 축적해 온 금(Gold)이나 미국 달러, 유로화 등 전통적인 기축·안전 자산과 동일한 지위로 비트코인을 공식 준비금에 포함하자는 것이 핵심 골자였다. 이는 곧 국가 경제의 최후 보루인 중앙은행이 디지털 자산의 가치를 직접 인정하고 수용하라는 요구와 같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국민투표 무산이 가상자산 생태계가 직면한 '정치적·제도적 수용성'의 현주소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 유럽 전역에서 디지털 자산 관련 규제가 정비되고 제도권 편입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이 직접 개입해 가상자산을 축적하는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대중적 인식과 정치적 합의의 산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