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 달러 문턱서 미끄러진 BTC…물가 충격·입법 공전에 7만 6천 달러대 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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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8만 달러 문턱서 좌절…735억 원 규모 롱 포지션 강제 청산
8만 달러 저항선을 뚫기 위해 분투하던 가상자산 1위 종목 비트코인이 결국 뒷걸음질 쳤다. 치솟는 물가 지표에 발목이 잡힌 데다 미국 내 가상자산 관련 법안 처리마저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시장 전반에 실망 매물이 쏟아진 양상이다.
29일 오전 8시를 기준으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보면, 비트코인(BTC)은 전일 오전 9시 시세와 비교해 1.71% 빠진 1억 1336만 원을 가리키고 있다. 해외 시장인 바이낸스에서도 상황은 비슷해 1.13% 내림세를 타며 7만 6197달러 선에 머물렀다. 주요 알트코인인 이더리움과 리플 역시 각각 2284달러(-0.38%), 1.38달러(-1.29%)로 소폭 주저앉았다.
갑작스러운 약세장은 파생상품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통계 분석 플랫폼 코인글래스 자료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코인 시장 전반에서 1억 9526만 달러(약 2879억 원)에 달하는 투자 포지션이 강제로 정리됐다. 이 중 비트코인 종목에서만 4991만 달러가 증발했으며, 가격 오름세를 점치고 뛰어든 매수(롱) 투자자의 피해 비율이 64%를 훌쩍 넘어섰다.
매수 심리가 이처럼 꺾인 주된 배경으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거시 경제 지표가 꼽힌다. 미국 소비자심리지수가 바닥을 친 와중에 물가 급등 우려마저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1년 뒤 물가를 예상하는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기존 3.8%에서 4.8%로 치솟았고, 미국 중앙은행(Fed)이 예의주시하는 5~10년 장기 지표도 작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3.5%를 찍으며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 가상자산 분석업체 비트파이넥스 측은 "장기 물가 전망치가 뛰어오른 만큼, 향후 경기 둔화 신호가 뚜렷해지더라도 연준이 서둘러 기준금리를 내리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월가 전문가들 역시 당장 30일 열리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가 현재의 3.5~3.75% 수준으로 묶일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에너지 가격마저 요동치며 인플레이션 공포를 키웠다. 미국과 이란의 교섭이 막히고 중동 정세 불안이 길어지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는 하룻밤 새 각각 3.7%, 2.8% 폭등해 배럴당 99.93달러와 111.2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여기에 가상자산 시장을 뒷받침할 정책 기대감이 한풀 꺾인 것도 시세 하락을 부추겼다. 트럼프 행정부가 가상자산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실제 법제화는 헛바퀴만 돌고 있다. 시장의 법적 테두리를 규정할 '클래리티 법(CLARITY Act)'은 작년 7월 미 하원 문턱을 넘었음에도 현재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심사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칼시(Kalshi) 등 주요 예측 시장에서는 해당 법안이 2027년까지 의회를 최종 통과할 확률을 고작 30%로 낮춰 잡고 있다. 월가의 거대 자본을 끌어들일 핵심 징검다리가 끊기면서, 기관 투자자들의 시장 진입도 당분간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