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합법화의 역설…대통령 '사적 투자' 논란이 제도화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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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밈코인' 만찬 후폭풍…발목 잡힌 가상자산 규제 입법
미국 크립토 산업의 뼈대를 세울 중대한 입법 과정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시장 활성화를 공언해 온 현직 대통령이 특정 고위험 자산 세력과 밀착하는 행보를 보이자, 의회 내에서 이해충돌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며 관련 법안 심의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는 형국이다.
멈춰 선 상원, 여야 한목소리로 '도덕성 검증' 요구
제도권 편입의 핵심 열쇠인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이 멈춰 선 일차적 원인은 최근 불거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초호화 만찬 스캔들이다. 그가 일부 밈코인(Meme Coin) 대주주들과 비공개 식사 자리를 가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반발에 불이 붙었다.
당장 민주당 측에서는 최고 권력자의 사익 추구 행위를 방지할 고강도 제어 장치가 필요하다고 압박 중이며, 아담 쉬프 상원의원 등 주요 인사들은 이 기준을 두고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여당 내부의 반란표 조짐이다. 공화당 소속 상원 금융위 위원인 톰 틸리스 의원조차 철저한 윤리 규정이 담보되지 않으면 찬성표를 행사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 비판 여론 속에, 결국 상원 금융위는 당장 시급했던 해당 법률 검토 일정을 백지화하고 다른 인사 인준안을 먼저 처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눈치 보는 리더들과 기존 금융권의 맹공
전문가들은 작금의 사태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블록체인 애널리스트 사이먼 데딕은 현재의 꼬인 정국을 두고 규제 혁신을 방해하는 최대 걸림돌이 다름 아닌 백악관 주인의 사적인 투자 논란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또한 시장의 투명성을 부르짖던 업계의 유력 인사들이 정작 권력자와의 만찬장에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줄서기에만 급급했다며 뼈있는 쓴소리를 남겼다.
여기에 틈을 타 기득권을 수호하려는 대형 은행권의 거센 로비전까지 맞물렸다. 미국은행연합회(ABA) 등이 해당 법안에 맹공을 퍼붓자 백악관 가상자산 고문실 측에서 이를 '구시대적 몽니'라며 맞받아쳤으나, 근본적인 원인 제공자가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여론의 호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허락된 시간은 단 두 달 반, 폐기 위기감 고조
가장 큰 문제는 의회에 남은 물리적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크립토 혁신 단체(CCI) 측의 분석을 종합하면, 휴지기와 필수 국가 예산안 처리 등 굵직한 일정을 제외할 경우 상원이 이 법안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기한은 길어야 9주에서 10주 남짓에 불과하다.
물론 신시아 루미스 의원이나 마이크 노보그라츠 대표 등 친(親) 암호화폐 진영에서는 5월 내 상원 통과와 6월 최종 서명이라는 장밋빛 시간표를 내세우며 시장을 달래고 있다. 그러나 냉혹한 현실은 다르다. 노보그라츠 본인이 이끄는 투자사의 리서치 부서조차 연내 타결 확률을 절반 이하로 내다보고 있다. 결국 최고 권력자를 둘러싼 도덕성 시비가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는 이상, 수년간 공들여 온 암호화폐 합법화의 골든타임은 이대로 허무하게 지나갈 가능성이 농후해졌다.